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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그르니에 <어느 개의 죽음> (1) 의식에 매순간에 끝나버리는 기다림

솔직한 남의 일기

by joyechoi 2020. 4. 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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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자연이 모든 개인에게 선물하는 죽음. 세상에서의 첫날과 마지막 날에 대해 생각해 보며

 

'누군가가 죽음을 맞이한 뒤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러한 의문을 던지게 마련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피할 수는 없는 일이었을까? 

고야의 그림 중에 여러 명의 의사들이 환자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 있다. 그 표제는 <그는 어떤 병으로 죽을 것인가?>이다. 그가 죽을 것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 죽음에는 어떠한 명칭이 부여되어야만 한다.

... 하지만 그 살해자, 대자연은 우리에게 세상에서의 첫날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날을 선사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 고야, <<로스 카프리초스(Los Caprichos)>>동판화 연작 중 ‘그는 어떤 병으로 죽을 것인가’ 

 

2.

'동물들의 참을성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다. 동물들은 달리 어떤 방도가 없음을 깨닫게 되면 자연 또는 인간의 법칙에 순응한다. 동물들은 기다릴 뿐이다. 하지만 그 기다림의 시간들은, 멀어져만 가는 미래의 순간을 그리며 기력을 소비하는 우리들 인간에게 있어서처럼, 허비되는 것이 아니다. 동물들에게 그 기다림의 시간이란 고정된 현재이며 끝없이 계속되기는커녕 의식의 매 순간에 끝이 나버리는 것이다. 하루 동안 집 안에 갇히는 경우, 개는 즉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을 차지할 것이다. 개는 여러 방을 돌아다니다가 가장 편안하게 보이는 안락의자에 자리를 잡고 잠을 자게 마련이다. '

 

이 글을 읽으니 코로나 사태로 괴로워하는, 나를 포함한 우리나라, 세계의 많은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얼마전 손미나 아나운서의 인스타그램에서 그녀가 올린 글귀 중에 이런 것을 봤다. 손미나 씨께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이 얼마나 힘드시겠어요'하고 묻는 말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전 집에 있는 게 좋아요. 저도 이번에 알았네요. 제가 어딜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가 아니라 어떤 환경에도, 어떤 조건에도 문제없이 쉽게 적응하는 스타일이라 여행을 잘 할 수 있는가 봐요. 어차피 외부의 환경,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없지요. 외부 자극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얼마나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인가의 문제이고, 이 힘을 기르면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다신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기 이전의 생활로는 돌아갈 수 없음을 생각하며  잠을 뒤척일 때가 있다. 어찌할 도리가 없는 외부 환경과 문제에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지금도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끝없는 심연에 빠지기 전에, 내 안에서 무엇인가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3.

'...믿어요 당신? M이 내게 물었다... 이 두 마디 말로 그녀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사랑 받을 만한 모든 것이 살고 있는,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세상을 <어쨌든> 믿고 있나요? 하는 것이었다. 가시적인 모습들은 이렇듯 기만적이다! 믿음이란 당신이 보는 것이 아닌, 당신 자신으로부터 비롯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나를 믿지 못해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으면, 나를 둘러싼 그 어떤 것에도 확신을 가질 수가 없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고민이, 말 못할 이야기가 있다고. 

 

내가 하는 일과 내가 가진 능력으로 타인을 도울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적어도 그런 하루가 내게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끊임없이 기록으로 솔직하게 자신을 마주하면서, '실체화'시켜가는 입체적인 삶. 그것들을 통해 내면의 불완전함, 두려움, 공포, 허영, 결핍 이 모든 것에서 사실 벗어나고 싶다. 불가능함을 알지만, 진정으로 자유를 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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