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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여섯살 <취업준비생>

솔직한 남의 일기

by joyechoi 2020. 4. 1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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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이 26살. 결코 많지 않은 나이라고 해도 지금까지 살면서 참 많은 굴곡들이 있고, 수많은 시도와 도전을 하면서도 갈피를 못 잡고 이리저리 흔들리고 그러다 또 포기하는 상황의 반복이었다.  

물론 지금도 오전에 집에서 가까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오후 시간엔 공부를 하는 식으로 지내고 있으니,

의연한 척 해도 불안할 때도 많고, 남들처럼 어떤 회사라도 들어가서 일을 시작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종종 든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전공과 무관하게 영화를 너무 공부하고 싶어졌었다. 영화.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의 집합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음악, 영상, 연기, 배우와의 커뮤니케이션, 유려한 편집, 모든 . 스스로를 예술가에 가깝다고 확신했던 것 같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프랑스에 가서도 가능만 하다면 영화학교에 대학원 혹은 학부 3년으로 진학하고 싶었었는데, 금전적인 문제로 죄책감이 느껴져서 8개월 정도 어학연수만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2017년 10월 프랑스로 떠났고, 그다음 해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내가 얼마나 흔들리던 상태였는지, 그 누구에게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했다. 적어도 머무르지 않고 잘 나아가고 있다고 애써 위안을 삼으며 지내왔고, 나는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나 자신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잘 안다고 생각했다. 

여느 부모님들처럼 우리 부모님도 내게 공무원 시험 준비에 대해 넌지시 말씀하시거나 다른 이들의 자녀를 끌어들여 비교할 때면

가슴속에 뭔가가 불타는 듯 답답하고 화가 났으며, 공무원이라는 단어까지 싫어지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부모님의 마음을 100% 이해하고 있으며, 공시를 포함하여 '나의' 일자리를 구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모든 분들을 존경하고 있다. 동시에 나는 공무원이 될 수도, 된다고 하더라도 잘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못된다는 것도 온전히 알고 있다.) 

 

프랑스에서 돌아와 아직도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확신이 없었을 때, 내가 선택한 방법은 수없이 많은 아카데미에 다녀보는 것이었다.

이 때부터 진지하게, 그리고 조금은 이성적이고 현실적으로 내가 하고 싶고  있는 것들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한겨레 센터에서 영화홍보마케팅 강의도 3개월간 들었고, 

(결국 돈 버렸지만) 영상을 만드는 원맨 리포터 강의도 신청했고, 

블루인 광고홍보마케팅 회사에서 인턴같은 알바도 경험했고, 

상상마당 홍대에서 조영학 선생님 출판번역 강의도 열심히 들었고,

수업을 들으며 추천받은 더라인 아카데미 카페에서 하는 온라인 번역 스터디도 달짜리를 두번 연속으로 들으며 영화 두 편을 혼자 번역했. 

 

이때까지만 해도 번역이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인지 불확실한 상태였는데,  조영학 선생님 강의를 들으며, 번역이 꽤나 전문적이고 매력있다고 느끼게 된 것 같다. 나에겐 이 수업이 계기였던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듯 아무나 쉽게 있는 영역이 사실 아니고, 번역을 경우 해당 작품에 새로운 가치를 내가 부여할 있는 일이라 생각하니,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번역가가 가진 다양한 특성이 성향과 맞는 것 같아 실력을 갖추기 위해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동시에 작가나 여행, 영화 예술에 대해 포기를 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삶의 궤적에 대해 이야기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글솜씨이지만,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게 될 취업준비생 분들이 조금이나마 힘을 얻을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힘들어도 나만의 길로 의심 없이 달려갈 수 있기를.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오롯이 나 자신만을 마주하며 나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참, 이후에는 내가 들었던 출판 번역 강의에 대한 내용과 후기를 쭉 적어가 보려고 한다. 내가 걸어가는 여정이 이 블로그에 잘 담길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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